해군 잠수함사령부 사례 | 특수·전문직군의 언어로 설계한 맞춤형 AI 특강

해군 잠수함사령부 AI 강연 사례를 통해 청중의 전문성과 정보 접근 환경에 맞춰 강연의 난이도와 콘텐츠 구조를 설계하는 방법을 살펴봅니다.

해군 잠수함사령부 사례 | 특수·전문직군의 언어로 설계한 맞춤형 AI 특강

정보 접근성이 낮은 청중에게 AI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강연을 기획할 때 가장 먼저 이 강연이 끝난 뒤 청중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는지를 정해야 합니다. 이게 정해지면 연사를 누구로 할지, 내용을 어떤 순서로 짤지, 현장에서 무엇을 챙겨야 할지는 자연스럽게 기획됩니다.

  이번 해군 잠수함사령부에서 진행한 AI 강연에서는 특히 청중에 대한 분석을 오래 붙들고 있었는데요, 청중의 70퍼센트가 장교와 부사관이라는 특수한 배경 때문이었습니다. 그 과정을 기록하며 강연 기획에 녹아든 목표 기반 역기획 과정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대한항공 C&D 사례에서는 기존 교육과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기보다, 리더가 실제로 답을 찾고 있는 질문을 먼저 정의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그 목적을 청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난이도와 콘텐츠 구조를 어떻게 설계했는지 살펴봅니다.

대한항공 C&D 사례 | 기존 리더십 프로그램(LDP)을 다시 설계한 새로운 질문
대한항공 C&D 사례를 통해 반복되는 리더십 교육을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설계하는 방법을 살펴봅니다. 리더가 실제로 답을 찾고 있는 질문을 정의하고, 이를 세 개의 모듈과 연사 구성으로 연결한 과정을 소개합니다.

청중 특성 분석이 더 중요한 특수·전문직군 대상 AI 특강

  이 강연은 해군본부가 운영하는 병영문화프로그램 '문화바다'로 진행됐습니다. 함정 근무처럼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장병들을 위해 부대로 직접 찾아가는 프로그램입니다.

  '병영문화프로그램'이라는 이름만 보면 의무복무 장병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잠수함은 사정이 다릅니다. 승조원은 지원자 중에서 선발되고, 선발된 뒤에도 별도 교육 과정을 통과해야 함에 오를 수 있습니다. 이번 강연의 청중도 70퍼센트가 장교와 부사관이었습니다. 해군 안에서도 기술 숙련도와 훈련 강도가 가장 높은 집단이고, 각자 담당 계통에 대해서는 외부인이 따라갈 수 없는 전문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청중 분석을 통해 전체 구성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청중의 배경에 따라 난이도와 톤과 연사가 서야 할 위치가 전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정보 접근의 격차와 이해력의 격차

 잠수함 승조원은 근무 특성상 오랜 시간 외부 소식을 접하지 못한 채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래서 최신 기술 흐름에 닿을 기회는 확실히 제한됩니다.

  여기서 제한되는 것은 정보에 닿을 기회입니다. 이해하는 힘은 별개로 봐야 합니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난이도 결정이 어느 쪽으로든 틀립니다. 접근 기회가 적다는 이유로 난이도를 낮추면, 고도로 훈련된 청중은 30분 안에 들을 이유를 잃습니다. 반대로 접근 기회가 적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전문 용어를 바로 사용하면 강연의 흐름을 따라올 수 없게 됩니다.

 이 부분을 고려하여 전체 강연 구조는 사전 지식을 요구하지 않되, 한 번 설명한 개념은 곧바로 다음 층위의 설명에 사용하는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강연 목표도 "AI 신기하네"에서 멈추지 않고, 청중이 스스로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이 변화를 어떻게 다뤄야 하나"를 질문하게 만드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청중의 전문성에 맞춰 콘텐츠 구조를 설계한 방법

'AI 시대, 미래 생존법'이라는 주제로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했습니다.

  1. AI가 무엇인지: 인공지능, 딥러닝, LLM, 생성형 AI 같은 개념을 어렵지 않게 정리
  2. 왜 지금이 변곡점인지: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지금의 AI 붐이 어디쯤 있는지
  3. AI를 떠받치는 병목: GPU, HBM, 전력, 광통신 같은 인프라 경쟁을 통해 AI가 물리적 제약 위에서 돌아가는 산업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4. AI가 가져올 변화와 개인의 대응: AI가 잘하는 일과 사람이 잘하는 일을 나눠보기

여기서 신경 쓴 건 순서였습니다. 개념과 산업 구조를 먼저 설명하고 나서야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로 넘어갔습니다.

  특히 세 번째 부분, 인프라와 병목이 이 청중에게 중요했습니다. 장비와 계통을 매일 다루는 사람들에게 AI를 '똑똑한 소프트웨어'로 설명하면 남는 게 없습니다. 전력과 냉각, 대역폭의 제약 안에서 돌아가는 시스템으로 설명하면 자기가 다루는 시스템의 언어로 이해합니다. 청중이 이미 정확히 아는 개념으로 처음 듣는 개념을 설명한 셈입니다.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앞에 두면 아직 이해가 안 된 상태라 청중이 흘려듣기 쉽습니다. 이해가 먼저 쌓이면 뒤에 나오는 메시지를 청중이 스스로 낸 결론으로 받아들입니다. 순서가 뒤집히면 같은 문장이 주입으로 읽힙니다. 스스로의 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조직일수록 이 구조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업 특성에 맞는 언어와 이야기로 AI를 설명한 이유

  강연 중간에 1900년대 영국과 독일의 석탄, 화학 산업부터 2000년대 인터넷과 플랫폼까지, 산업혁명의 흐름을 짚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넣었습니다.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말은 그 자체로는 확인할 방법이 없는 주장입니다. 대신 산업의 중심이 바뀔 때마다 나라의 위상과 개인의 선택지도 같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역사로 먼저 제시하면, 지금이 그 변곡점이라는 판단을 청중이 스스로 내리게 됩니다.

  이 청중에게는 결론을 제시하는 방식보다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이 유효했습니다. 장교와 부사관은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절차를 훈련받는 직군이고, 그 절차에는 판단의 근거를 확인하는 단계가 포함돼 있습니다. 근거 없이 결론만 주면 그 결론의 타당성을 먼저 확인하려 하고, 확인할 자료가 강연 안에 없으면 판단을 보류합니다. 산업사를 앞에 배치하면 그 확인 자료가 강연 안에서 제공됩니다.

조직의 제약 조건까지 강연 설계에 반영한 방법

  문화바다 프로그램의 경우 연사 섭외 단계부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은 배제하고, 해군본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습니다. 강연 시간도 4시간 내외로 정해져 있고, 부대 내 공간 활용과 안전 대처 계획도 미리 세워야 합니다.

  강연 설계는 내용을 짜기 전에 그 조직이 허용하는 범위를 확인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규정이 명확한 조직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연사가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 어떤 사례를 쓸 수 있는지, 현장에서 어떤 상호작용이 가능한지를 먼저 파악해야 그 범위 안에서 효과적인 내용을 짤 수 있습니다.

  4시간이라는 조건도 청중에 따라 다르게 읽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특강 기준으로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길이지만, 장시간 근무와 반복 훈련이 일상인 청중에게는 4부 구성을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 조건이었습니다. 제약을 확인할 때는 그 조건이 이 청중에게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까지 같이 판단해야 합니다.

좋은 강연은 청중에 맞는 구조 설계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강연을 기획할 때 거쳐온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먼저 이 강연이 끝난 뒤 청중이 무엇을 하길 바라는지를 정하고, 청중의 구성을 확인해 정보 접근의 격차와 이해력의 격차를 구분하고, 청중이 이미 정확히 아는 개념으로 처음 듣는 개념을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조직이 정해둔 제약 안에서 이걸 실현할 방법을 찾는 순서였습니다. 이 순서가 앞뒤로 맞물려야 강연이 최초에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강연을 기획해야 한다면 다음 세 가지를 순서대로 점검해보시길 바랍니다.

  • 강연 목표 : 강연이 끝난 뒤 청중이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길 바라는가
  • 청중 조건 : 청중에게 부족한 것이 정보인가 이해력인가, 그리고 이미 갖고 있는 전문성은 무엇인가
  • 강연 구성 : 청중의 이해를 돕는 내용과 강연의 주요 메시지 중 무엇을 먼저 배치해야 하는가

결국 좋은 강연 기획은 주제나 연사를 정하는 데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이 강연이 조직 안에서 어떤 행동으로 이어질지를 먼저 설계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캐스팅코드가 사례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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