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C&D 사례 | 기존 리더십 프로그램(LDP)을 다시 설계한 새로운 질문
대한항공 C&D 사례를 통해 반복되는 리더십 교육을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설계하는 방법을 살펴봅니다. 리더가 실제로 답을 찾고 있는 질문을 정의하고, 이를 세 개의 모듈과 연사 구성으로 연결한 과정을 소개합니다.
리더십 역량이 아닌 현재의 질문에서 시작한 교육 설계
교육 문의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요청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다른 걸 하고 싶다"입니다. 무엇을 원하는지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아쉬웠는지에서 출발해야 하는 요청이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 C&D의 임원 및 팀장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받은 요청이 그랬습니다. 그동안 루틴하게 운영해온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Leadership Development Program, LDP)보다 다른 접근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요청을 어떻게 구조로 옮겼는지 정리해봤습니다.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
왜 새로운 변화를 만들지 못할까?
먼저 분명히 해둘 게 있습니다. LDP가 잘못된 방식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LDP는 조직이 정의한 리더 역량 모델을 전제로, 부족한 부분을 단계적으로 채워가는 장기 커리큘럼입니다. 체계가 있고 그 자체로 완결성이 있습니다.
다만 같은 구조가 매년 반복되면 두 가지가 생깁니다. 첫째, 참가자가 내용을 예측합니다. 둘째, 교육이 다루는 역량 항목과 리더가 지금 당장 답을 찾고 있는 질문 사이에 거리가 생깁니다. 역량 모델은 조직이 오래 유지하려고 만든 틀이라 해마다 바뀌지 않는 반면, 리더가 실제로 마주하는 상황은 매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습니다. 이 조직의 리더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묻는 대신, 이 조직의 리더가 지금 실제로 답을 찾고 있는 질문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앞의 질문은 커리큘럼을 만들고, 뒤의 질문은 모듈을 만듭니다.
기존 프로그램 대신 리더의 질문을 다시 정의한 이유
내외부 경영 상황을 놓고 보면 리더가 답을 찾는 방향은 세 갈래로 정리됐습니다. 그리고 그게 그대로 세 개의 모듈이 됐습니다.
- 2026 기업운영 트렌드
조직 밖에서 무엇이 움직이고 있는가. 사회와 소비, 기술과 인구 구조의 변화 중에서 우리 의사결정의 기준을 바꿔야 할 신호를 골라내는 모듈입니다. - 조직문화 혁신과 오늘을 시작하게 하는 힘
조직 안에서 팀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개인 성과 중심 구조에서 팀 성과 중심 구조로 넘어갈 때 리더가 바꿔야 하는 운영 기준을 다룹니다. - 리더의 컨디션과 자산 관리
판단을 내리는 사람 자신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스트레스 관리, 건강, 개인 재무의 세 각도로 구성했습니다.
세 모듈은 밖에서 안으로, 안에서 개인으로 좁혀지는 순서입니다. 워크숍이 하루 안에 끝나더라도 참가자가 세 층위를 순서대로 밟고 나가게 만드는 배치입니다.
리더십 워크숍 3가지 모듈 설계 : 심리, 건강, 재무
리더십 교육에서 건강과 자산 관리는 보통 빠집니다. 리더십 역량보다 개인 역량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임원과 팀장의 판단력은 수면과 컨디션, 그리고 개인 재무에 대한 불안 같은 조건에 직접 영향을 받습니다. 교육이 다루지 않아도 이 변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관리되지 않는 상태로 남습니다. 성과 압박이 높은 시기에 리더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원인을 리더십 역량에서만 찾으면 대개 틀립니다.
그래서 이 모듈은 심리, 건강, 재무의 세 각도로 나눠 구성했습니다. 성과 압박과 관계 피로 속에서 판단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스트레스가 신체에 어떤 신호로 나타나는지는 의학 관점에서, 개인 재무의 안정이 의사결정 집중도에 미치는 영향은 재무 관점에서 다뤘습니다. 하나의 문제를 세 전문 영역이 각각 자기 언어로 설명하는 구성입니다.
한정된 예산에도 불구하고
3가지 모델을 유지할 수 있던 이유
새로운 시도였던 만큼 예산이 넉넉하게 준비된 프로젝트는 아니었습니다. 이때 선택지는 둘입니다. 모듈 수를 줄이고 남은 자리에 더 높은 등급의 연사를 넣는 방법, 모듈 수를 유지하고 각 모듈마다 예산 안에서 가능한 연사를 찾는 방법입니다.
후자를 택했습니다. 이번 시도의 목적은 좋은 강연 한 편을 만드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LDP와 다른 접근이 이 조직에서 통하는지 확인하는 데 있었습니다. 세 모듈 중 하나라도 빠지면 그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 밖과 안과 개인이 한 세트로 붙어 있다는 게 이 구성의 전부인데, 하나를 떼면 그냥 특강 두 개가 됩니다.
그래서 모듈마다 후보를 복수로 올렸습니다. 각 모듈에 전문 영역과 강연 톤이 서로 다른 후보를 두세 명씩 배치하고, 예산은 고정한 채 조합은 담당자가 고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는 조직문화 모듈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서 경영 혁신을 담당해온 강형근 님, 트렌드와 관점 전환 모듈에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님이 진행했습니다.
이 방식에는 부수적인 이점도 있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구성을 처음 시도할 때, 담당자가 후보 목록을 보면서 자기 조직의 사정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예산 안에서 가능한 범위를 제시하고, 조직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그 안에서 선택하는 구조입니다.
우리 조직의 맞춤형 프로그램, 모듈형이 유리한 조건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처음 해보는 구성이라면 모듈형이 실질적으로 안전합니다.
모듈이 서로 독립적이면 한 세션의 반응이 나빠도 나머지 두 세션의 반응은 그대로 남습니다. 담당자가 다음 회차에 그 한 모듈만 교체하면 됩니다.
단계가 누적되는 커리큘럼에서는 이 교체가 되지 않습니다. 1차시에서 진단하고 2차시에서 그 진단 결과로 실습하는 구성이라면 앞 차시의 산출물이 뒤 차시의 입력값입니다. 그런데 임원과 팀장은 일정 변동이 잦아 전 차시 참석률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1차시에 빠진 사람은 2차시에 손에 쥔 재료가 없는 상태로 앉아 있게 되고, 진행자가 그 사람을 위해 앞 내용을 다시 설명하면 나머지 참가자의 시간이 줄어듭니다. 어느 쪽을 택해도 손실이 생깁니다.
또 모듈형은 다음 회차의 판단 근거를 남깁니다. 세 모듈에 대한 반응이 따로 나오기 때문에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바꿀지가 보입니다. 새로운 접근을 한 번에 완성하려 하지 말고, 다음 결정을 위한 정보를 남기는 구조로 짜는 게 낫습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은
질문을 다시 정의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이번 워크숍은 기존 교육과 다른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대한항공 C&D의 리더들이 실제로 답을 찾고 있는 질문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하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그 질문을 조직 밖의 변화, 조직 안의 운영, 리더 개인의 상태라는 세 가지 층위로 나누고, 각각을 하나의 모듈로 설계했습니다. 교육의 목적이 달라지자 프로그램의 구성과 연사 선정, 예산 배분 방식도 함께 달라졌습니다.
결국 새로운 리더십 교육은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는 일이 아닙니다. 리더가 지금 어떤 질문에 답해야 하는지를 다시 정하고, 그 질문에 맞춰 교육의 목적과 구조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이번 워크숍을 기획하며 거쳐온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먼저 기존 방식에서 아쉬웠던 지점을 역량 대신 질문의 관점에서 정의하고, 그 질문을 밖과 안과 개인의 세 층위로 나눠 모듈을 세우고, 한정된 예산을 모듈 수를 줄이는 데 쓰지 않고 모듈별 후보를 넓히는 데 쓰고, 마지막으로 다음 회차의 판단 근거가 남는 구조로 배치했습니다.
기존 교육과 다른 접근을 요청받았다면 다음 세 가지를 순서대로 점검해보시길 바랍니다.
- 요청의 해석 : 기존 방식의 무엇이 아쉬웠는지가 정의됐는가
- 모듈 설계 : 리더가 지금 답을 찾고 있는 질문이 무엇이고, 그게 몇 개의 층위로 나뉘는가
- 예산 배분 : 한정된 예산을 모듈 수를 줄이는 데 쓸 것인가, 모듈별 선택지를 넓히는 데 쓸 것인가
결국 좋은 교육 기획은 더 좋은 커리큘럼을 만드는 데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늘 이야기 하지만 강연과 교육이 필요한 지점을 정확하게 정의하는 데서 모든 기획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