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HRD 핵심과제② AI가 대체할 수 없는 중간관리자의 역할

AI가 취합·보고·조정 업무를 대신하면서 중간관리자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AI 시대에 필요한 중간관리자 역할과 AI 리더십, 리더교육의 새로운 과제를 살펴봅니다.

AI 시대 HRD 핵심과제② AI가 대체할 수 없는 중간관리자의 역할

AI가 취합하고 조정한다면, 중간관리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AI 시대 HRD 핵심과제① 신입사원 OJT 변화와 주니어 육성 과제
AI 시대 신입사원 OJT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반복 업무 감소로 생기는 경험학습의 공백과 주니어 육성을 위해 HRD가 다시 설계해야 할 성장 경로를 살펴봅니다.

1편에서 AI가 없앤 것이 단순한 반복 업무가 아니라, 주니어가 성장하기 위한 환경이었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렇다면 그 훈련장을 운영하던 사람들, 즉 주니어의 자료를 검토하고 방향을 잡아주던 중간관리자에게 AI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AI로 인한 조직 구조의 변화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은 가장 먼저 대두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간관리자라는 자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중간관리자가 해오던 일 중 특정한 절반은 축소되고, 나머지 절반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두 영역이 무엇인지 이번 아티클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중간관리자는 왜 취합·조정·전달에 많은 시간을 써왔을까?

각 영역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중간관리자가 실제로 무슨 일을 해왔는지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간관리자의 하루를 뜯어보면 의외로 의사결정의 순간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시간은 팀원들의 업무 현황을 취합하고, 일정과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위아래로 정보를 전달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정리하는 데 쓰입니다. Deloitte의 「2025 Global Human Capital Trends」에 인용된 조사에 따르면, 관리자들은 업무 시간의 상당 부분을 눈앞의 문제 해결과 행정 업무에 쓰고 있으며, 정작 구성원을 육성하는 데는 훨씬 적은 시간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름은 '관리자'지만 실제로는 정보의 취합과 전달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쓰고, 정작 관리자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육성과 판단에는 시간을 충분히 내지 못해 온 셈입니다.

AI 시대, 중간관리자 역할을 어떻게 바꿀까?

Microsoft의 「2025 Work Trend Index: 2025, The Year the Frontier Firm is Born」는 이 변화를 조직 구조의 언어로 설명합니다. 이 보고서는 전통적인 조직도가 목표 중심으로 팀이 꾸려지는 '워크 차트(Work Chart)'로 대체될 것이라 전망하며, 모든 구성원이 AI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일종의 '에이전트 보스(agent boss)'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함께 팀을 이루는 하이브리드 조직에서는, 기존에 관리자가 담당하던 취합과 조정의 상당 부분이 AI 쪽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됩니다.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는 실증적인 근거도 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연구진이 5만 명이 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 도구가 상태 업데이트나 프로젝트 조율처럼 관리자가 맡아오던 업무 부담을 줄여주면서 조직 위계가 실제로 평평해질 여지가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Gartner를 비롯한 여러 리서치 기관도 AI가 조직 구조를 더 평평하게 만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아직 완전히 검증된 사실이라기보다 진행 중인 전망에 가까운 만큼, "중간관리자가 사라진다"보다는 "취합과 조정 중심의 전통적 관리 방식이 약화될 수 있다" 정도로 조심스럽게 이해하는 편이 정확할 것입니다.

AI 시대, 중간관리자의 업무 및 역할 변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관리자 역할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일관됩니다. 여러 연구가 조직이 실제로 더 평평해질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그래서 관리자가 필요 없어진다"는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McKinsey의 「Superagency in the Workplace」는 이 지점을 정확히 짚습니다. 이 보고서는 AI를 사람의 역량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증폭시키는 '슈퍼에이전시'로 규정하면서도, 동시에 냉정한 수치도 제시합니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의 92%가 향후 3년간 AI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했지만, 정작 AI가 업무 전반에 성숙하게 녹아들었다고 답한 기업은 1%에 그쳤습니다. 도구는 이미 조직 안에 들어와 있지만, 그 도구를 실제 업무 방식에 녹여내는 일은 아직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녹여내는 일'을 담당해야 할 존재가 바로, 지금 얇아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그 자리, 중간관리자입니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낯설지 않은 패턴입니다. 중간관리자의 소멸을 예고하는 목소리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미국 노동인구 중 중간관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3년 9.2%에서 2022년 13%로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기술이 바뀔 때마다 관리자의 업무 내용은 계속 바뀌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 그리고 이제는 사람과 AI 사이를 연결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 자체는 꾸준히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이렇게 자리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낙관으로만 읽어서는 안 됩니다. 업무의 배관이 자동화된다고 해서 관리자에게 여유 시간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조직이 별다른 설계 없이 AI를 들여오면, 관리자는 예전처럼 취합과 조정을 하면서 동시에 AI가 내놓은 결과물까지 검토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배관을 걷어낸 자리에 아무 설계도 하지 않으면, 그 자리는 저절로 뚫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다시 막혀버립니다. 결국 조직이 얇아지는 것 자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 해도, 그 얇아짐이 관리자에게 여유를 주는 방향으로 갈지, 새로운 부담을 지우는 방향으로 갈지는 순전히 설계의 문제로 남습니다.

AI 시대, 중간관리자에게 새롭게 필요한 세 가지 역할

이 설계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관리자에게 남겨진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다시 정의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종합하면, AI 시대에 약화되는 것은 중간관리자라는 자리 자체가 아니라 취합·전달·조정을 중심으로 짜여 있던 기존의 관리 방식입니다. 반대로 강화되는 것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AI 리더십①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방식의 설계

첫째,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역할입니다. 어떤 업무를 AI에 맡기고 어떤 업무를 사람에게 남길지, 그 경계를 정하고 팀의 워크플로를 짜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AI 리더십②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증하는 역할

둘째,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증하는 역할입니다. AI는 그럴듯한 답을 빠르게 내놓지만, 그 답이 이 조직의 맥락에서 실제로 맞는 답인지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눈입니다.

AI 리더십③ 관리자는 판단하고 책임지는 구조

셋째, 최종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는 역할입니다. AI는 제안할 수 있지만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이 걸려 있는 이상, 그 판단을 최종적으로 내리고 감당하는 자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즉 중간관리자는 '정보를 나르는 사람'에서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체계를 설계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지위의 축소가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더 무거운 책임으로의 이동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지금 조직들이 관리자에게 시키고 있는 훈련은, 이 새로운 세 가지 역할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AI 시대, 중간관리자에게 새롭게 필요한 세 가지 역할

AI 리더십 교육, 핵심은 도구 활용법이 아닌 역할 재설계

그런데 지금 많은 조직의 관리자 교육은 여전히 전통의 리더십 교육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갈등을 조율하는 법, 동기부여하는 법 같은 전통적인 리더십 일반론 중심의 커리큘럼은 물론 여전히 유효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 관리자들이 실제로 맞닥뜨리는 질문, 즉 "AI에게 무엇을 맡길 것인가", "AI의 결과물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그 판단의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에는 답을 주지 못합니다.

따라서 HRD가 다음으로 손봐야 할 것은 관리자 교육의 무게중심입니다. 보고 스킬과 코칭 스킬 중심의 훈련에서,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사람과 AI의 업무를 설계하는 능력, AI 활용을 감독하는 능력, 그리고 결과를 검증하고 최종 판단의 책임을 지는 능력 중심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과목 하나를 커리큘럼에 추가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관리자라는 역할 자체를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지 다시 쓰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1편에서 우리는 주니어의 성장 경로가 끊어지고 있다는 문제를 짚었습니다. 2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그 경로를 다시 이어줄 책임을 진 사람, 즉 중간관리자 역시 지금 자신의 역할을 다시 정의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결국 AI 시대의 HRD가 풀어야 할 숙제는 하나로 모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키우던 두 개의 축, 반복 업무를 통한 배움과 관리자를 통한 코칭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는 지금, 이 둘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재설계가 조직 전체의 커리어 경로 설계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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