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HRD 핵심과제① 신입사원 OJT 변화와 주니어 육성 과제

AI 시대 신입사원 OJT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반복 업무 감소로 생기는 경험학습의 공백과 주니어 육성을 위해 HRD가 다시 설계해야 할 성장 경로를 살펴봅니다.

AI 시대 HRD 핵심과제① 신입사원 OJT 변화와 주니어 육성 과제

반복 업무가 사라지면 주니어는 어디서 성장할까?

AI가 없애는 것은 일이 아니라 성장의 훈련장

생성형 AI는 지금 지식 노동의 지형을 근본에서부터 뒤흔들고 있습니다. Microsoft의 「Work Trend Index 2025」를 비롯한 여러 지표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듯, AI는 이미 우리 업무 방식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습니다. 자료 조사, 회의록 요약, 데이터 취합, 보고서 초안 작성 등 과거에는 사람이 며칠을 끙끙대며 붙들고 있어야 했던 일들을 이제 AI가 단 몇 초 만에 처리해 냅니다.

조직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 엄청난 생산성의 도약입니다. NBER(전미경제연구소)의 2023년 연구 「Generative AI at Work」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특히 저숙련 근로자와 신규 입사자의 생산성을 두드러지게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지표만 놓고 보면 AI는 조직의 비효율을 걷어내는 완벽한 구원자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많은 경영진이 AI 도입을 정체된 생산성 문제의 해답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효율성이라는 화려한 조명 뒤에는 아직 우리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그림자도 분명 존재합니다. 우리는 AI가 없애고 있는 ‘반복 업무’의 진짜 의미를 지나치게 가볍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AI가 가져간 ‘반복업무’는 사실 사람이 일을 배우는 첫번째 관문이었습니다.

주니어의 경험학습, 핵심은 반복업무

과거 신입사원과 주니어 실무자들의 하루를 떠올려 봅시다. 선배가 던져준 방대한 자료를 읽고 요약하며 산업의 흐름을 몸으로 익히는 시간이 충분이 있었습니다. 지난 3년 치 보고서를 뒤적이며 조직이 선호하는 문서의 양식을, 회의록을 정리하며 부서 간의 미묘한 역학 관계와 조직 고유의 언어를 하나씩 체득해 나가는 과정을 포함해서 상사가 의사결정에 이르는 논리의 흐름을 눈치껏 모방하며 익혀왔습니다.

지루하고 때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였던 이 ‘단순 반복 업무’가 일터 학습(Workplace learning)이나 경험 학습(Learning by doing) 관점에서 볼 때, 반복 업무는 주니어가 조직의 맥락과 업무의 판단 기준을 내재화하는 훌륭한 비공식 학습 경로였습니다. 즉, 반복 업무는 단순히 비효율의 증거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도제 시스템의 뼈대가 되어왔습니다. 자료를 요약하는 과정에서 “이 산업에서 무엇이 중요한 정보인가”를 가려내는 안목이 함께 자라고 있었고, 보고서 초안을 고쳐 쓰는 지겨운 반복 속에는 “이 조직은 어떤 논리를 신뢰하는가”에 대한 감각이 함께 쌓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AI가 만든 주니어 성장의 공백, 끊어진 경험의 사다리

이제 그 훈련의 시간을 AI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World Economic Forum(WEF)의 「Future of Jobs Report 2025」를 비롯한 여러 전망은, 엔트리 레벨(Entry-level) 직무가 AI 자동화에 가장 크게 노출되어 있다고 경고합니다. Stanford Digital Economy Lab 등의 연구 흐름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AI가 엔트리 레벨의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할수록, 역설적으로 청년 근로자와 신입사원들이 조직 안에서 ‘실력을 쌓을 기회’ 자체가 조용히 증발해 버리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일자리 감소의 문제를 떠나 ‘경험의 사다리’ 중 가장 아래 칸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낮은 칸에서 시작해 한 단씩 밟고 올라가며 판단력과 감각을 쌓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발판이 되는 낮은 칸의 업무들(단순 반복 업무)이 AI에 의해 대체되고, 사람은 처음부터 훨씬 높은 칸 위에 위태롭게 서게 됩니다. 딛고 올라온 발판이 없으니 그 위에서 무엇을 근거로 판단해야 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자료를 취합하고 초안을 잡는 고군분투의 과정 없이, AI가 뱉어낸 그럴듯한 결과물만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주니어는 어떻게 비즈니스의 ‘감’을 잡을 수 있을까요? AI가 제시한 결과물 중 무엇이 오류(Hallucination)이고 무엇이 날카로운 통찰인지 짚어내려면,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훈련장을 잃어버린 주니어들은 겉으로는 놀랍도록 빠르게 일을 쳐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보고서는 순식간에 나오고, 자료 조사는 몇 분이면 끝납니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애매한 상황을 구조화하고, 여러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해 책임지는 심층적인 역량은 오히려 빈약해지는 성장의 공백을 직면하게 됩니다. 속도는 빨라졌는데, 정작 그 속도를 판단할 눈은 자라지 않는 역설입니다.

AI가 지워버린 경험학습의 경로, HRD의 새로운 과제

과거의 도제식 OJT(On-the-Job Training)는 더 이상 예전만큼 효율적이지는 않습니다. 선배의 어깨너머로 일을 배우려 해도, 이제 선배의 화면에는 엑셀 함수나 보고서 초안 대신 AI 프롬프트 창이 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결과물은 순식간에 도출되지만 그 결과물에 이르는 ‘과정의 지식’은 블랙박스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만 있고 풀이 과정은 사라진 문제집을 받아 든 셈입니다.

이 지점에서 HRD(인적자원개발)의 역할이 또 한번 중요해집니다. 현재 많은 조직의 HRD 부서는 ‘ChatGPT 활용법’,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육’ 등 AI 툴을 다루는 스킬 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교육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절반만 짚은 것에 불과합니다. 도구를 능숙하게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그 도구가 내놓은 결과물을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중요한 미션은 AI가 지워버린 ‘경험 학습의 경로’를 어떻게 의도적으로 재설계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반복 업무 없이도 주니어들이 비즈니스 맥락을 이해하고, 비판적 사고를 기르며, 조직의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새로운 성장 트랙이 필요합니다. 모의 프로젝트, 강도 높은 피드백 세션, 케이스 스터디 기반의 의사결정 훈련 등, 과거에는 실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던 경험들을 이제는 HRD가 정교하게 구조화하여 의도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몇 가지 시도를 정답처럼 나열하기보다 HRD가 실제로 고민해야 할 질문의 방향을 짚어보겠습니다.

신입사원 교육에서 어떤 반복 업무를 남겨야 할까?

첫째, ‘어떤 반복 업무를 어떻게 둘 것인가’에 대한 조직 차원의 결정이 먼저 필요합니다. 모든 반복 업무를 AI에 넘기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신입 단계에서만큼은 일부 과정을 의도적으로 사람의 손에 남겨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이는 HRD 혼자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현업 리더와의 합의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경험학습을 위해 시니어의 판단 과정을 어떻게 전달할까?

둘째, 시니어의 판단 과정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재현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AI 프롬프트 뒤에 숨겨진 사고의 흐름을 말이나 글로 꺼내놓게 만드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이는 거창한 제도가 아니어도 됩니다. 예컨대 정기 피드백 자리에서 "왜 이 방향으로 결정했는지"를 시니어가 직접 설명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전에는 어깨너머로 저절로 전달되던 맥락의 상당 부분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AI가 줄인 실무 경험의 공백을 무엇으로 채울까?

셋째, 실무 밀도가 낮아진 만큼 그 공백을 무엇으로 메울지에 대한 현실적인 답이 필요합니다. 케이스 스터디나 모의 프로젝트가 하나의 선택지일 수는 있지만, 이것이 실제 업무의 긴장감과 이해관계를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는지는 조직마다 다를 것입니다. 오히려 더 현실적인 접근은, AI가 만든 결과물을 주니어가 검토하고 반박해보는 과정 자체를 정식 업무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것일 수 있습니다. 완성된 답을 받는 대신, 그 답에 대해 질문하는 역할을 맡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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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떤 방법을 택하든 핵심은 과거에는 저절로 굴러가던 성장의 경로가 이제는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경로를 다시 설계하는 것 또한 이제 HRD에게 넘어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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