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윈터미팅 사례 | 트렌드 특강 명사섭외, 산업 전문가만 찾으면 놓치는 것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례를 통해 트렌드 특강에 필요한 명사를 섭외하는 기준을 살펴봅니다. 산업 전문가만으로 채워진 프로그램에서 놓치기 쉬운 관점을 먼저 정의하고, 그 관점에 맞는 명사를 고른 과정을 소개합니다
트렌드 특강, 세상의 변화를 산업의 언어로 옮길 연사는 어떻게 섭외할까?
프로그램의 빈 자리를 채우는 캐스팅
행사 전체를 기획하는 일과 이미 기획된 프로그램의 빈 자리를 채우는 일은 다른 종류의 일입니다. 전자는 흐름을 만들면 되지만, 후자는 남이 만든 흐름을 읽고 그 안에서 비어 있는 요소를 날카롭게 찾아야 합니다.
KBO 윈터미팅의 트렌드 강연 섭외가 그런 경우였습니다. 캐스팅코드가 담당한 범위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섭외 한 건이었고, 행사 기획과 운영은 별개로 진행됐습니다. 이렇게 범위가 좁을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하여 섭외가 진행되는지 보여드리고자 이 사례를 기록했습니다.
연사 후보보다 프로그램표를 먼저 읽었습니다.
KBO 윈터미팅은 KBO와 각 구단의 실무자들이 다음 시즌을 앞두고 모이는 자리입니다. 2025년 윈터미팅은 11월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열렸습니다.
연사 후보를 떠올리기 전에 프로그램표를 먼저 봤습니다. 1일차에는 데이터 기반 퍼포먼스 분석, AI를 접목한 야구 혁신, 디지털 플랫폼과 야구 콘텐츠의 미래를 다루는 강의가 병렬로 배치돼 있었습니다. 야구 데이터 기업의 경영진, 통계학 전공 교수, 영상 플랫폼의 스포츠 담당자가 각각 맡았습니다. 이어지는 부문별 회의는 리그와 제도, 마케팅, 홍보와 중계, 미디어, 브랜딩과 디자인, 인사와 노무, 재무, 비디오판독 장비 운영까지 실무 단위로 쪼개져 있었습니다.
정리하면 프로그램의 거의 전부가 야구 산업 안쪽의 전문성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이 행사에서 당연하고 옳은 구성입니다. 다만 그런 프로그램에는 한 가지가 비어 있게 됩니다. 산업 밖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산업 안의 언어로 옮겨주는 자리입니다. 즉, 세상이 변화하는 트렌드를 야구의 언어로 옮길 출발점을 제시할 연사가 필요했습니다.
트렌드 특강 강연자를 고른 세 가지 기준
첫째, 주제의 정합성입니다. 팬은 관객이기 전에 소비자입니다. 티켓을 사고, 굿즈를 고르고, 중계와 숏폼을 소비하고, 커뮤니티에서 반응합니다. 부문별 회의에 올라 있던 마케팅, 브랜딩, 홍보와 중계, 미디어는 결국 전부 소비자 행동을 다루는 부문입니다. 소비자학 관점의 트렌드 분석은 이 부문들이 각자 쓰던 말을 하나의 틀로 묶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매년 축적된 내용을 새롭게 갱신해야 한다는 행사의 배경을 고려했습니다. 윈터미팅은 지난 시즌을 정리하는 자리가 아니라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과거 사례를 잘 정리한 강연보다, 다가올 해에 대한 판단이 올라와 있는 강연이 맞습니다. 김난도 연사님이 매년 소비 트렌드를 갱신해 발표해온 작업이 있다는 점이 이 자리에 특히 적합했습니다.
셋째, 연사의 배경을 설명하는 데 쓸 시간이 없다는 점입니다. 전체 강의로 배정된 시간은 90분이었습니다. 연사와 프레임을 소개하는 데 앞부분을 써버리면 적용까지 갈 시간이 남지 않습니다. 청중 대부분이 이미 연사가 주로 주장하는 프레임을 알고 있다면 그 시간을 아껴 곧바로 "그래서 우리 구단은"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위 세 가지 기준을 고려했을 때 연사는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로 정했습니다. 1997년부터 서울대 생활과학대학에서 소비자학을 가르쳐왔고,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를 이끌며 매년 소비 트렌드를 조사해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로 발표해오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과 CJ제일제당, 코웨이, 삼성생명 등 기업 자문을 함께 이어왔다는 점도 검토 항목이었습니다. 트렌드를 조사해 발표하는 일과 그 트렌드를 특정 조직의 전략으로 옮기는 일은 서로 다른 작업이고, 이 자리에 필요했던 쪽은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명사 인지도, 목적이면 위험하고 기능이면 안전합니다.
캐스팅코드는 그동안 인지도 지상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여러 번 써왔습니다. 그런데 위의 세 번째 기준은 사실상 인지도를 근거로 삼은 것입니다. 왜 이번 사례에서는 인지도를 기준으로 썼을까요.
인지도를 써도 되는 경우와 안되는 경우의 구분 기준은 인지도가 목적인지 기능인지입니다. 누구를 불렀는지가 곧 성과로 보고되는 구조라면 위험합니다. 그때 인지도는 강연의 효과와 무관하게 소비되고, 청중은 유명한 사람을 봤다는 기억만 남깁니다.
반대로 인지도가 도입 시간을 줄여주는 자원으로 쓰인다면 그건 설계의 일부입니다. 짧은 시간에 여러 부문의 실무자가 하나의 공통 언어를 갖고 나가야 하는 자리라면, 이미 알려진 프레임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기여합니다.
스스로 확인해볼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 인지도가 사라지면 줄어드는 것이 강연의 효과인지, 홍보 효과인지입니다. 앞이면 기준으로 써도 됩니다. 뒤라면 다시 봐야 합니다.
좋은 캐스팅은 인지도가 아닌,
강연자 적합성에서 시작합니다.
이번 사례의 핵심은 이미 프로그램에 충분한 야구 산업의 전문성 위에, 바깥의 변화를 연결할 관점이었습니다. 트렌드 명사 특강의 맞춤형 설계는 산업 사례를 얼마나 많이 넣느냐보다, 프로그램에 없는 관점을 정확히 채우는 데서 시작합니다.
이번 섭외에서 거쳐온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먼저 프로그램 전체를 읽어 이미 채워진 것과 비어 있는 것을 구분하고, 그 빈자리가 요구하는 기능을 정의하고, 그 기능에 맞는 연사 기준을 세우고, 마지막으로 배치가 그 기능과 맞는지 확인하는 순서였습니다.
프로그램의 한 자리만 담당하는 상황이라면 다음 세 가지를 순서대로 점검해보시길 바랍니다.
트렌드 명사 특강, 강연자 적합성 체크리스트
- 자리의 기능 : 이 프로그램에서 이미 채워진 관점은 무엇이고, 비어 있는 관점은 무엇인가?
- 연사 기준 : 그 빈자리를 메우는 데 필요한 조건이 전문성인가, 외부 관점인가, 공통 언어인가?
- 배치 확인 : 이 세션이 프로그램의 앞에 놓이는가 뒤에 놓이는가, 그 위치가 의도한 기능과 맞는가?
결국 좋은 캐스팅은 가장 좋은 연사를 찾는 데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정의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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